우리나라의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 역사에서 올해는 한 획을 긋는 해가 될 것 같다. 올 한해 동안만 원주, 서울, 대전 등 3곳에서 의료생협이 출범해 우리나라에서도 이 운동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경기 안성에서 안성의료생협이 최초로 생긴 이래 96년 인천평화의료생협, 2000년 안산의료생협 등 우리나라에는 3개의 의료생협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올들어서만 3개가 더 생긴 것이다. 인천평화의료생협 임종한 이사장(인하대 의대 산업의학과 교수)은 “의료생협운동이 비교적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며 “이는 기존 의료행태가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 데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에 있던 세 곳의 의료생협은 비교적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고 착실히 운영돼 왔다. 안성의료생협은 7년여 동안 주말진료를 계속해온 의대생들과 지역 농민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지역 농민회와 청년회가 주도한 농촌형 의료생협이다. 인천평화의료생협의 경우 산업재해 등 노동자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젊은 의료인들이 중심이 됐고, 안산의료생협은 지역내 주민단체들이 중심이 됐다.
서울의료생협과 함께 올해 출범한 대전의료생협은 지역통화운동 단체인 ‘지역품앗이 한밭레츠’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전·충남지회 등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노력으로 설립됐다. 지난 4월 민들레 의원·한의원을 개원해 운영중이다. 원주의료생협은 밝음신협 등 지역내 생활협동조합운동 단체 등이 중심이 돼 지난 5월 출범했으며, 현재 병원 개원을 준비중이다. 이와 함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장애인을 위한 의료생협을 준비중인 함께걸음의료생협을 비롯해 청주, 전주, 오산 등에서 의료생협을 준비중이어서 앞으로 1~2년 내에 3~4개의 의료생협이 추가로 설립될 전망이다.
임종한 이사장은 “의료생협운동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와 함께 전문의료인들의 참여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의료생협은 현재의 의료체계를 보완하면서 주민참여형 사회복지 틀을 만드는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생협 연대회의 medcoop.x-y.net
백기철 기자
출처: 한겨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0002312?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