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은 '주민 스스로' 세운 병원입니다" | ||
[기사입력 2012/07/16 06:57] | ||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9% 수준으로, OECD 평균인 4.5%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도 2010년 기준으로 7.1%에 달해 지난 2000년 4.5% 보다 크게 늘었고,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2.0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국내 실정에서 의료비 부담을 덜면서도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의료 생협이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돼 위법행위를 하는 폐해를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생협 설립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지역의 민들레의료생협이 최근 열린 '올해의 우수 사회적기업 시상식'에서 최고 상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이 의료생협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실천해온 평가를 받았다. 민들레의료생협의 조세종 이사장은 수상 소감을 묻자 "10년 동안 한결 같이 자신의 일처럼 함께 해온 조합원들의 마음이 사회에 전해진 것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의료생협은 주민들이 출자하고 뜻이 맞는 의료진들과 함께 병원을 설립해 주민들 스스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보통 의사가 직접 의원을 설립하고 직원들을 고용하는 형태가 일반적인 의원의 형태라면, 의료생협은 주민들이 출자를 하고 의료진도 고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이용 제한은 없다.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의료생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민들레의료생협이 꾸려졌을 무렵에는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조합원이 되서 많은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의사 수급은 초기부터 함께 해온 의사들 외에 소개를 통해 오는 경우도 있고, 자체적으로 공개 채용을 진행해 충원하고 있다. "조합원의 권익에 의해 세워졌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없습니다. 또 의사선생님들이 조합원들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주치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의료생협은 '주민들 스스로 세운 병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주민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현미채식실천단과 같은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고, 지역모임이나 소모임들을 하면서 마음과 몸의 건강 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까지도 돌봅니다. 최근에는 먹거리 생협들과 함께 탈핵에 대한 대중강좌를 열기도 했어요."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설립된 의료생협은 주민들 속에 자리 잡는 병원이기는 하나, 실제로 많은 자본력이 들어가는 2차, 3차 의료기관을 갖춘 의료생협은 국내에는 아직 없습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민들레의료생협은 대덕구 법동에 의원, 한의원, 치과를 개원했다. 올해 4월에는 둔산 지역에 제2의료기관을 세워 의원, 한의원, 치과의 문을 새로 열었다. 처음에는 300명의 발기인으로 시작해 현재 2800세대, 1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던 첫 해였던 지난 2007년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에 시작한 법동민들레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지만 지난 4월에 문을 연 둔산동 제2진료기관은 아직 더 많은 홍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환자분들이 한 번 오시면 믿음이 간다, 친절하고 따뜻함이 있는 병원이라는 생각들을 하시고 주위에 많이 알리시기도 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하시기도 합니다." 민들레의료생협은 의원, 한의원, 치과의원 이외에도 가정간호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을 운영하며 취약계층의 일자리 제공과 무료진료 제공 등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주민들 스스로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대사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건강실천단의 보건예방활동이 환자와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아 왔어요. 올해는 공익재단인 아이쿱씨앗재단에서 연 1억 원 규모로 기금을 제공해주셔서 노숙인, 외국인노동자, 탈성매매여성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진료지원 사업을 활발히 펼쳐 나가게 됐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민들에게는 의료생협이 생소하고 낯선 곳이다. 조 이사장은 의료생협이 활성화가 되려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적극적으로 저희가 하는 일들을 국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도 충분히 병원을 운영할 수 있고, 국민들 스스로 도움이 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도 일반 의원이 할 수 없는 체계라는 것을 국민들도 알게 된다면 많은 분들이 주민 참여의 의료생협이 더욱 많이 세워질 것을 원하게 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그는 의료생협이 기존 의료체계의 대안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의료민영화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사회적 경제가 개입되는 공동체적인 의료생협이 1차 진료기관을 맡게 된다면 의료의 질적인 변화가 복지의 차원에서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둔산 지역에 제2의료기관을 세우면서 쉬운 일만 있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증자운동도 하고, 여러 모임도 활발하게 해주신 조합원분들의 정성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는 민들레의료생협에 대해 “조합원들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도 건강과 생활에 대해 편히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사랑방’”이라고 표현했다. "민들레의료생협이 세워진지 10년을 맞이하는 해에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게 돼서 뜻 깊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자 노력하는 저희들의 정성을 사회에서 좋은 모습으로 봐 주셔서 대통령 표창이라는 영예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생협 병원은 조합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만,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지역 가까이에 있는 주민 참여형 의료생협을 많이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
장우정 기자 milky0122@e-health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