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 함께 생각하기](30)지역화폐 사례로서 한밭 레츠
이번에 소개하는 지역화폐는 대전 한밭 레츠의 사례이다. 레츠(LETS)는 영어로는 Local Exchange Transaction System 이다. 지역에서 교환을 위하여 거래되고 있는 화폐로 풀어 쓸 수 있다.
대도시 지역 중 대전은 지역화폐가 비교적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대전 민들레의료사회적 협동조합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지역화폐에 관심을 갖고 큰 기대로서 내용을 채워나가고 있다.
현재는 기대만큼 활발하지는 않다. 그 요인들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필자와 같은 지역화폐 연구자들에 의해 집중 탐구되고 있다.
대전 지역화폐 단위는 ‘두루’이다. 한밭 레츠는 지역공동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역화폐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지역화폐의 생명력이 일본, 캐나다 등 외국에 비하여 짧게 그 실험을 끝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한밭 레츠의 시작은 한국의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이라는 환란의 시기인 1999년에 지역화폐 운동으로서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서 그 활동을 본격화하였다.
한밭 레츠는 현 민들레의료사회적협동조합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민들레의료사협이 지역화폐인 한밭 레츠의 활동에 큰 도움을 주었다. 현재도 기여하고 있다. 민들레의료사회적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병원비의 30% 이상을 지역화폐로 지불하기도 하였다. 지역화폐가 상품이 아닌 화폐의 본래의 기능인 거래의 편리성인 교환수단으로 작동시켜 준 셈이다.
지역 화페 본래 기능인 ‘거래’ 원리 작동
사회적 경제의 핵심인 살림살이로서 실체적 경제라는 의미 부여에 큰 기여를 한 것이다. ‘두루’는 민들레 의료 사협의 의료서비스 분야에 거래량에 있어서 50% 이상의 거래비중을 구성하고 있다. 병원 이외 레츠 회원업체인 일반 가게에서도 거래금액의 30% 이상을 ‘두루’로서 사용토록 유도하고 있다. 교육 등 여러 형태로 지역화폐로서 ‘두루’ 사용에 대한 사회적인 의미를 강조하면서 지역민들의 ‘두루’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으며 거래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대전에서 지역민들의 ‘두루’를 통한 사회 공동체성 회복과 시장거래의 폐단 시정을 위한 우선적인 참여를 통하여 25년 가까운 기간 동안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사회적 경제의 기반이 조성될 수 있는 대단한 성과물이다.
대전 한밭 레츠의 경우도 수월하게 만 운영되고 있지는 않는다. 당연히 지역화폐를 지속하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가장 큰 과제는 지역화폐의 공통적인 문제점으로서 회원들의 소극적인 참여이다. 지역 화폐만의 문제가 아닌 일반 시민사회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이다. 향후 극복되어야 할 난제이기도 하다.
지역화폐 회원들 절대 다수의 구성비는 여성으로서 주부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공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거래를 통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물품에 대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은 대전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화폐 거래 지역에서도 극복할 과제이다. 이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품으로서 시장생산보다는 자원순환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필요하지 않아 이를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하는 것이 지역화폐의 본래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품앗이 만찬 등을 통하여 지역화폐를 적극 소개하기도 한다. 소극적인 회원들을 적극적으로 전환코자 참여 동기로서 유도하고 있다.
보다 본질적 해결책은 유형의 상품보다는 무형의 서비스로서 재능창출을 통한 교환거래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풍요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시장거래를 통하여 쉽게 구할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는 지역화폐를 통한 일반 사품들을 공급받을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화폐의 기능 중 교환기능은 핵심이다. 가치이전이나 저장을 통한 부(富)의 축적과는 애당초 거리를 두고 있다. 사람과의 그간 단절된 관계를 지역화폐를 통하여 연결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 예전 시골에서는 나이 드신 어르신 들이 인근에 장이 서면 돈을 팔러간다는 표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였다. 그러한 표현은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었던 것이 아니다.
지역 회원 다수 여성 겨냥 물품 공급 한계
화폐 거래 없이도 호혜거래가 살림살이 경제로서 널리 이용되었다. 비 시장영역들이 시장영역으로 급속히 편입되는 시대이다. 화폐로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대상들은 그 영역들이 급속히 축소된다. 심지어는 소멸되기도 한다.
시장거래를 통하지 않고도 이를 되살리자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본질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도 시장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것보다는 비 시장으로서 지역화폐 등을 매개로 그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창시자인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노동, 토지와 마찬가지로 화폐의 상품화를 철저히 배척하였다. 화폐의 상품화로 초래할 인류의 재앙에 대하여 그는 강하게 경고하였다. 지역화폐는 사회적 경제에 가장 부합한 영역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광역단위인 대전에서의 25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지역화폐 운동은 단순히 그 지역만의 행사는 아니다. 지역화폐로서 지역공동체에 사람들 사이의 정감이 넘치는 관계를 형성코자 사용되고 있는 지역화폐 단위는 2,000 종류가 넘어서고 있다.
대전 지역화폐는 평화의 마을 등 사회복지재단, 민들레 의료 사협 등 사회적 경제의 본질에 충실하고 있는 단체들이 지역화폐에 우선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그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화폐 조합원이 생업으로 하고 있는 가게에서는 지역화폐를 거래화폐로 우선시 하고 있다. 이는 지역민들의 지역공동체 회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출처 : 광주드림(http://www.gjdream.com)